국내 체류 외국인과 이주민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복지 정책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외국인 및 이주민 대상 복지 정책의 현황을 짚고, 포용적 사회를 위한 미래 지향적 정책 방향을 제안합니다.
국경을 넘은 삶, 그들의 복지는 누구의 책임인가
대한민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가 아닙니다. 산업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난민 신청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220만 명에 달하며,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이주민의 삶을 들여다보면, 언어 장벽, 제도 접근의 어려움, 사회적 차별, 법적 사각지대 등 다양한 복지 소외 문제가 발견됩니다. 특히 건강보험, 고용 안정, 교육 기회, 주거 안전망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합니다. 국제사회는 ‘인권은 국적을 초월한다’는 원칙 아래 외국인과 이주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또한 포용적 사회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외국인·이주민 복지 정책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외국인·이주민 복지 정책의 현주소와 정책 격차
외국인과 이주민을 위한 복지 정책은 주로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주민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료·건강권의 측면에서는 체류 자격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 여부가 달라지며, 단기 체류자는 공공의료 접근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응급상황에서조차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육, 예비학교 운영 등이 있지만, 사교육 진입의 어려움과 지역 간 교육격차는 여전합니다. 또한 청소년기 이후 입국한 청소년은 정규 교육에 진입하기 어려워 사회 진입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고용·노동환경의 측면에서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를 관리하고 있으나, 여전히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거나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 노동권 침해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언어 소통 문제는 권리구제 접근성에도 심각한 장벽이 됩니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도 큰 문제입니다. 일부 언론과 사회 담론에서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나 사회 비용 부담으로 묘사하는 시각이 남아 있어,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행 복지 제도는 내국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외국인·이주민의 특성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위한 정책 전환의 방향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은 단순한 인구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과 복지 체계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합니다. 외국인과 이주민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보편적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생명과 건강, 교육,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법률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통합적 정책 전달체계 구축이 요구됩니다. 지금처럼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이 아니라, 외국인복지 전담 부서 혹은 조정기구를 통해 일원화된 정책 추진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복지 신청 절차도 언어·문화적 배려를 반영해 간소화되어야 합니다. 지역 사회 기반의 상호문화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합니다. 다문화축제, 언어 교류, 지역 공동체 봉사활동 등을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늘리고, 정서적 거리감을 줄여야 합니다. 디지털 접근성과 공공정보 다국어 제공이 필수입니다. 특히 긴급재난, 의료 정보, 복지 신청 등과 관련된 주요 서비스는 영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 중국어, 우즈베크어 등 실제 거주자의 언어로 제공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주아동과 청소년의 교육 및 정서 지원 강화입니다. 정규교육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학교 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환경 조성은 이들의 정체성 형성과 자존감 유지에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인과 이주민의 복지는 ‘남을 위한 배려’가 아닙니다. 다양성이 일상이 되는 이 사회에서, 공존과 평등의 가치는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탱하는 토대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과제’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