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바게트(baguette)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 기다란 빵은 프랑스인의 일상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침 식탁 위에, 점심 샌드위치 속에, 저녁 식사의 곁들임으로 바게트는 프랑스인의 하루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게트의 기원 – 누구의 작품인가?
바게트는 비교적 근대에 등장한 빵입니다. 정확한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나폴레옹 시대에 등장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당시 병사들이 휴대하기 편하도록 긴 형태로 만든 것이 그 시초였다는 주장과 또 다른 설은 오스트리아 제빵사 오귀스트 장게르(Auguste Zang)가 19세기 중반 파리에 도입한 비엔나식 제빵 기술이 오늘날 바게트의 형태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바게트 법’
바게트는 그저 흔한 빵이 아닙니다. 프랑스에는 바게트를 정의하고 보호하는 법령까지 존재합니다. 1993년 제정된 이른바 ‘Décret Pain’(빵 법령)에 따르면, ‘전통적인 방식의 바게트’는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을 사용해야 하며,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또한 매년 파리에서는 최고의 바게트를 선정하는 ‘바게트 대회(Grand Prix de la Baguette de Tradition Française de la Ville de Paris)’가 열립니다. 수상자는 1년 동안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의 공식 바게트를 납품하는 영예를 누리게 됩니다.
일상 속의 바게트 – 단순하지만 완벽한
바게트는 흔히 아침에는 잼을 발라 먹고, 점심에는 샌드위치로, 저녁에는 치즈나 와인과 곁들여 먹습니다. 프랑스인의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하루에도 수천만 개의 바게트가 소비된다고 합니다.
또 바게트를 빵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찢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단지 전통이라기보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을 가장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세계 속으로 퍼지는 프랑스 바게트
이제 바게트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빵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북미, 중동 등에서도 바게트는 베이커리의 필수 메뉴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각국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바게트는 단순한 빵이 아닌, 문화적 상징이자 생활의 일부입니다. 유네스코는 2022년 프랑스 바게트 문화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이 소박한 빵이 지닌 깊은 의미를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마무리하며
바게트는 단순한 밀가루 덩어리가 아닙니다. 수백 년 동안 쌓아온 역사와 장인정신, 그리고 일상 속의 작은 기쁨이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바게트를 드실 때 바게트 속에 담긴 프랑스의 철학을 떠올려보며 드시는 건 어떨까요?